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6-04-06 15:14:59 조회수 : 210
국가 : 쿠바 언어 : 한국어
출처 : 연합뉴스
발행일 : 2016/04/06 08:52
원문링크 :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6/04/06/0607000000AKR20160406030600009.HTML
쿠바에선 현대차 중형 SUV가 4억원…집값 뺨치는 자동차 가격
생필품에서 관광상품된 올드카…부품비싸고·유지 힘들어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대서양을 따라 펼쳐진 방파제 '말레콘' 옆 도로를 타고 굵은 엔진 소리를 내며 달리는 멋스러운 클래식 오픈카.

시가, 럼주, 살사 등과 함께 쿠바와 아바나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다.

미국은 1960년대 이후 금수조치를 해 쿠바에 새 차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미국인들은 올드카를 타면서 옛 기억을 떠올리려고 쿠바를 찾는다.

이처럼 생활필수품에서 최고 관광상품이 된 올드카를 유지하려는 쿠바인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올드카에 타고 말레콘 도로를 질주하는 신혼부부. 2016.3.20.(AP=연합뉴스자료사진)
말레콘 도로를 달리는 올드카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쿠바의 오픈카
쿠바의 오픈카(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시내 도로에서 오래된 오픈카 한 대가 정차하고 있다. 2016.4.5 jk@yna.co.kr

 

◇ 자동차 부품 값이 월급 수 배…'재산 목록 1호'

5일(현지시간) 찾은 아바나 시내 관광 중심지 '아바나 비에하'에서 미국 포드의 1957년산 '페어레인 500' 오픈카를 끌고 손님을 기다리던 라울 알메이다(44)는 유지비를 묻자 어깨를 으쓱이며 "비싸다"는 말로 압축했다.

흠집 하나 없이 번쩍이는 차를 가리키며 알메이다는 "페인팅에만 2천 CUC(약 232만 원) 정도가 든다"면서 "물론 질 좋은 페인트를 찾을 수 있을 때 얘기"라고 말했다.

쿠바 대학 교수나 의사의 평균 월급은 50 CUC(약 5만8천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알메이다는 "엔진은 한 번 고장 나면 부품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될 수 있으면 손님도 한 번에 많이 태우지 않고 매우 조심스럽게 운전한다"고 덧붙였다.

쿠바의 올드카
쿠바의 올드카(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시내 도로에서 올드카 한 대가 매연을 내뿜으며 달리고 있다. 2016.4.5 jk@yna.co.kr

 

쿠바인들의 생활 중심지인 베다도 지역에 있는 자동차 정비소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정비소를 운영하는 호르헤 페레스(38)는 "타이어가 150 CUC(약 17만 원), 휠이 130 CUC(약 15만 원), 음악 플레이어가 400 CUC(약 46만 원) 정도"라며 "쿠바인들의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고 그나마 수급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도로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움푹 팬 '싱크홀'이 부지기수인 아바나에서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부품은 타이어와 브레이크다.

수십 년 버틴 자동차들은 껍데기를 제외하면 원래 부품 그대로인 경우가 드물다.

쿠바인들의 재산 목록 1호를 다투는 자산인 만큼 차량 도난방지 장치도 인기다.

페레스는 최근 도난방지 장치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며 "직접 경보기를 제작했는데 매우 잘 팔리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 차 값이 곧 집값…"자동차 운전할 수 있어서 행운"

차를 아낄 수밖에 없는 것이 쿠바의 자동차 가격은 집값에 맞먹는다.

관리가 잘 안 된 평범한 올드카 한 대가 2만 CUC(약 2천320만 원) 내외에 팔리는데 이 돈이면 방 하나에 거실이 딸린 아파트를 사고도 남는다.

수입 신차에는 관세 800%가 붙어 가격이 크게 오른다. 현대자동차의 중형 SUV가 4억원 정도이니 아바나 시내 부촌의 단독 주택 한 채를 노려볼 만한 가격이다.

물론 일반인들은 돈이 있어도 새 차를 구할 길이 거의 없다.

'새 차처럼 바꿔드립니다'
'새 차처럼 바꿔드립니다'(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5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시내의 한 자동차 정비소에 차량이 들어와 수리를 기다리고 있다. 2016.4.5 jk@yna.co.kr

 

새 차가 들어오면 주행거리에 따라 관광객용 렌터카, 택시, 민수용 순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959년 쿠바 혁명 직후부터 자동차를 보유했던 가족을 둔 사람들은 최근 들어 노다지를 맞은 것과 다름없다.

다른 쿠바인들에게 영업용으로 차를 빌려주고 앉아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었다.

허름한 올드카를 빌려 택시 영업을 하는 페르난도 마르코스(52)는 "보통 하루에 80 CUC(약 약 9만2천 원)을 버는데 그 중 30%를 내가 갖고 차주에게 70%를 준다"고 말했다.

차주가 폭리를 취하는 것 같지만 마르코스는 "보통 사람 월급이 20∼30(약 2만3천∼3만4천 원) CUC 정도인 쿠바에서 자동차 운전석에 앉는 것은 경제적으로 행운"이라고 털어놨다.

수십 년 된 올드카로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쿠바인들의 꿈은 그래도 새 차를 모는 것이다.

정비소 사장 페레스는 "오래된 차를 몰아봤느냐"며 "스티어링 휠 조금 돌리고 클러치 한 번 밟으려면 온갖 힘을 다 써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j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4/06 08:5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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