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11-04-18 10:18:21 조회수 : 877

브라질식 '시장친화적 중도좌파' 대세 평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중남미 지역에서 한동안 위세를 떨친 '차베스 주의'가 급속도로 힘을 잃어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간의 보이지 않는 역내 영향력 다툼이 브라질의 승리로 끝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17일(현지시간)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강경좌파 세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3명의 정상은 차베스 대통령이 말한 '21세기형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모토로 삼아 남미 좌파의 3각 축을 이루면서 이른바 '볼리바르 혁명'의 승리를 대변해 왔다.

   그러나 막대한 석유자원을 앞세운 베네수엘라 경제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는 달리 성장 정체와 물가 앙등이라는 위기를 겪으면서 '21세기형 사회주의 국가'라는 이상에 의문이 제기됐다. 오일머니로 중남미 빈곤국을 지원하며 쌓아온 차베스 대통령의 영향력도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브라질리아 연방대학(UnB)의 피오 페나 필료 교수(국제관계학)는 "차베스는 더는 정치적·경제적으로 주목받는 인물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에서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브라질 중도좌파가 택한 시장친화 노선은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와 비교되면서 중남미 지역에서 갈수록 입지를 넓히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페루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오얀타 우말라 후보가 1차 투표 득표율 1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한 사실을 중도좌파의 승리로 해석한다.

   '차베스주의자'를 자처하며 지난 2006년 대선에 출마해 알란 가르시아 현 대통령에게 패배한 우말라 후보는 이번에는 '룰라식 모델'을 선택했다.

   우말라 후보는 2002년 브라질 대선 때 룰라가 했던 것처럼 "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정책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는가 하면, 심지어 "희망이 두려움을 이긴다"는 룰라의 슬로건까지 내걸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우루과이 대선에서도 좌익 게릴라 출신의 호세 무히카 후보는 "룰라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 말로 자신을 둘러싼 과격 이미지를 털어내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열렬한 '차베스주의자'였던 모랄레스 대통령과 코레아 대통령조차도 최근 들어 차베스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자국의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차베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좌파 성향인 마우리시오 푸네스 엘살바도르 대통령도 2009년 집권한 이후 이념을 배제한 실용적 중도좌파 노선을 추구한 룰라 전 대통령의 길을 따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볼리바르 혁명'이나 '21세기형 사회주의 국가 건설'보다는 시장친화적 중도좌파 모델이 중남미 지역에서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사례들이다.

   fidelis21c@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4/18 06:58 송고

 

원문보기 :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1/04/18/0607000000AKR201104180096000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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