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키스 작성일 : 2020-03-31 18:24:27 조회수 : 211
국가 : 중남미 언어 : 한국어 자료 : 사회
출처 : 연합뉴스
발행일 : 2020.03.31
원문링크 : https://www.yna.co.kr/view/AKR20200331018500087?section=international/centralsouth-america

초기 감염자 다수는 외국 다녀온 부유층…확산과정에선 빈곤층 더 취약

이탈리아 다녀온 집주인이 바이러스 옮겨 가정부 사망하기도

브라질 리우의 건물 뒤로 보이는 빈민촌
브라질 리우의 건물 뒤로 보이는 빈민촌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의 한 주지사는 최근 가난한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면역이 있다"고 발언했다 뭇매를 맞았다.

푸에블라주의 미겔 바르보사 주지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확진자의) 다수가 부자들이다. 당신이 부자라면 위험하지만 가난하다면 위험하지 않다"며 "우리 가난한 사람들은 면역이 돼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70만 명을 훌쩍 넘어선 30일 현재까지 소득수준에 따라 코로나19 감염률이 다르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바이러스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려 침투할 리가 없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엔 분명한 빈부격차가 있다. 양극화가 극심하고 빈곤율이 높은 중남미에선 그 씁쓸한 격차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르보사 주지사의 발언은 터무니없고 비과학적이지만, 실제로 중남미 여러 나라에선 부유한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중남미는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퍼질 때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가 이탈리아 등 유럽과 북미가 제2의 진원지가 되면서 바이러스 영향권에 들어왔다.

지금은 중남미 주요 국가에서 모두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지만, 초반엔 외국에 다녀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감염됐다. 해외여행을 할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먼저 감염된 것이다.

멕시코시티 공항
멕시코시티 공항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중해에서 휴가를 보냈거나 미국에 스키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줄줄이 확진을 받았다. 브라질과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고급 리조트에서 열린 결혼식이 집단 감염을 일으키기도 했다.

검사료가 비싸고 검사 건수가 적은 상황에서 부자들 위주로 검사를 받은 점도 부유한 확진자들이 많은 이유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멕시코만 해도 전체 확진자는 1천 명 미만인데 주지사와 하원의원, 증권거래소장 등 사회 지도층이 다수 포함됐다.

초반 확진자는 부유층이 많지만 코로나19의 위험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크다.

부자들이 감염을 막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감염되면 돈을 들여 검사와 치료를 받는 동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만원 대중교통을 타고 일터에 나가면서 자신의 감염 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선 클레오니시 곤사우베스라는 63세 여성이 리우의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됐다.

부자 동네의 한 아파트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했던 그는 일하다 몸에 이상을 느껴 2시간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돌아갔고, 이튿날 병원에서 숨졌다.

곤사우베스를 감염시킨 것 일하던 집 주인 여성이었다. 휴가로 이탈리아에 다녀온 주인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렸으나 그 사실을 곤사우베스에서 알리지 않고 계속 출근시켰다.

28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의 한 노점상
28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의 한 노점상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곤사우베스의 죽음 이후 브라질은 분노했고, 정부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가사 도우미들에게 유급 휴가를 주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부자들은 도우미 없이 생활할 수 없고, 도우미들도 일자리가 필요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중남미의 가정부 문화와 충돌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상호 의존적인 가사 도우미 문화가 바이러스 전파 방지 노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가사 도우미가 아니더라도 빈곤층 상당수는 생업을 위해 감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멕시코 정부는 자국 내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아직 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꺼내지 않은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극빈층의 경우 마스크는커녕 집에 손 씻을 물조차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중남미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빈곤층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빈곤층이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AP통신은 "중남미에선 코로나바이러스가 부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평등하지 않게 닥쳤다"며 "전문가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일터에 가야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는 많은 극빈층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거리에서 물을 받는 사람들
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거리에서 물을 받는 사람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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