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아르헨티나의 '세계화'
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7-03-10 09:45:26 조회수 : 111
국가 : 아르헨티나


 

구경모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언제부턴가 세계화를 논할 때면, 사회학자인 조지 리처(George Ritzer)가 언급한 맥도날도화(McDonaldiztion) 혹은 미국화(Americanization)를 떠올린다. 왜냐하면 세계의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지 우리는 맥도날드식 체인점으로 부터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특이하게도 맥도날드식 체인점이 고전을 면치 못한 대표적인 중남미 국가였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줄줄이 철수하였다. 그러한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피자헛과 KFC, 베스킨 라빈스, 던킨 도너츠 등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이탈리아와 스페인계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한 유럽계 이민자 국가이다. 이런 영향으로 아르헨티나의 음식문화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 미국식 피자의 대명사인 피자헛이 실패한 것은 이탈리아식 피자를 선호하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문화적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최근 아르헨티나에서는 스타벅스가 성공을 거두면서 맥도날드식 체인점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필자가 아르헨티나의 수도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05년 5월로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파라과이 이민자 연구를 위해서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스타벅스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후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다시 방문한 것은 거의 6년 뒤인 2011년 2월 초 무렵이었다. 필자가 멕시코 FLACSO에서 아르헨티나 거주 파라과이 이민자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후 그 모습을 본 이베로아메리카 대학교의 인류학과 교수가 아르헨티나 출신의 제자인 빠뜨리시아(Patricia) 박사의 연락처를 건네줬다. 그녀도 아르헨티나의 파라과이 이민자에 대해 연구했었다. 마침 학술대회 후 곧장 아르헨티나로 갈 계획이어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필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호텔에 도착해서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약속장소를 잡았다. 그녀는 알또 빨레르모 쇼핑(Alto Palermo Shopping)의 스타벅스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스타벅스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듣고 흠칫 놀랐다. 알또 빨레르모 쇼핑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유명한 쇼핑몰로서 필자도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스타벅스가 입점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또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스페인식의 꼬르따도(cortado: 스페인어로 '잘려진'이라는 뜻이다. 보통 에스프레소에 소량의 뜨거운 우유를 곁들인 커피를 지칭하는데 커피와 우유의 경계가 잘린 것처럼 명확하다고 붙여진 이름)를 좋아하기 때문에 스타벅스가 여기서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함께 들었다.

  알또 빨레르모 쇼핑에 도착한 순간, 필자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출입구 밖까지 줄을 서 있었다. 줄이 너무 길어서 빠뜨리시아를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주문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30분쯤 기다리니 빠뜨리시아가 눈앞에 나타났다. 호기심 섞인 눈으로 공통의 관심사를 제쳐두고 그녀에게 언제부터 스타벅스가 생겼으며,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가를 먼저 질문했다.
그녀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타개하기 위해 메넴(Menem) 정부가 1992년에 1달러를 1페소로 고정시키는 환율정책을 취한 탓이라고 분석하였다. 즉 페소의 가치가 상승하여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미국 유학 및 해외여행을 쉽게 가게 되었고, 그러면서 해외에서 프렌차이즈 업체들을 많이 접하면서 친숙하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말하였다. 특히 2000년대 초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키츠네르 정부가 2003년에 페소의 평가절하와 고환율 정책을 쓰면서 메넴 정부시절에 미국으로 떠났던 유학생들이 대거 자국으로 돌아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였다.

  빠뜨리시아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필자가 2000년대 중반에 이웃국가인 파라과이에 머물렀을 때. 파라과이 사람들이 자주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영어 단어를 많이 구사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였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TV 프로그램과 광고, 잡지 등을 보면 영어를 쓰는 비율이 한국과 비슷할 정도로 그 빈도가 높다. 이미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그 시기에 아르헨티나가 상당히 미국화되었다는 것이 스타벅스의 성공과 함께 서로 연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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