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최초 노벨 평화상 수상자 리고베르타 멘츄
작성자 : Latin America 작성일 : 2017-03-07 16:18:23 조회수 : 138
국가 : 과테말라


 

최은경(고려대)

  

  리고베르타 멘츄(Rigoberta Menchú)는 과테말라 원주민 출신의 인권운동가이다. 멘츄는 그녀의 증언문(testimonio) Me llamo Rigoberta Menchú y así me nació la conciencia(제 이름은 리고베르타 멘츄이며 이렇게 정치의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로 1983년 카사 데 라스 아메리카스(Casa de las Américas)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인디오 인권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199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아버지인 비센테 멘츄 페레스(Vicente Menchú Pérez)는 마야문명의 후예이며 마야문명의 발상지인 우스판탄의 부족장으로서 과테말라의 소수 백인과 그 하수인 라디노(ladino-주로 혼혈인 메스티소)의 토지찬탈에 대항하며 인디헤나의 토지복권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아버지는 1980년 스페인대사관 점거시위 사건 때 불 타 죽었고, 어머니 후아나 툼 코토하(Juana Tum Cótoja)는 정부군에 납치되어 갖은 고문 (정부군 장교들에게 당한 수 차례의 성폭행 및 양쪽 귀를 잘리는 등의 고문) 끝에 밀림 속에 유기되어 죽었으며, 남동생 페트로시니오 멘츄(Petrocinio Menchú)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고문 당하던 중 벌거벗겨진 채로 불에 타 죽었다. 이외에도 많은 죽음을 목격하였는데, 오빠 펠리페 멘츄(Felipe Menchú)는 커피 농장의 비행기 농약 살포로 인해 갓난아이였던 그는 농약에 중독되어 죽었으며, 남동생 니콜라스 멘츄(Nicolás Menchú)는 2살 때 영양실조로 죽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만행을 목격한 멘츄는 아버지의 뜻을 계승하고자 원주민 인권운동을 이끌게 된다.

  1492년 콜롬버스의 신대륙발견 이후 지속된 원주민에 대한 착취와 만행은 라틴아메리카가 스페인으로 부터 독립한 후에도 소수 백인 크리올 지배계층에 의해 계속된다. 예를 들면, 그녀의 친구 페트로나 쵸나(Petrona Chona)는 농장주 하수인에 의해 토막살인 당했다. 이러한 과테말라 정부군의 만행을 전세계에 고발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멘츄는 그들의 언어인 키체어(Quiche)와 케추아어(Quechua)만 구사하는 일반 원주민들과는 달리, 수녀들에게 스페인어를 익혔다. 그 후 정부군에 쫓겨 시작된 멕시코 망명생활 중, 파리를 방문하였을 때, 멘츄는 베네주엘라계 프랑스인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부르고스(Elizabeth Burgos)와 인터뷰를 하게 된다. 멘츄는 마야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을 통해 목격한 정부군의 만행을 부르고스에게 스페인어로 들려주었고 부르고스는 이 내용을 1983년 Me llamo Rigoberta Menchú y así me nació la conciencia(제 이름은 리고베르타 멘츄이며 이렇게 정치의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라는 증언문으로 출간하게 된다. 이 책의 출간으로 말미암아 멘츄는 과테말라에서 행해지는 원주민 토지찬탈과 인권탄압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멘츄의 증언문과 연관된 몇 가지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도출신의 탈식민주의 학자인 가야트리 차크라보티 스피박(Gayatri Chakravorty Spivak)은 “Can the Subaltern Speak?(하위주체들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논문에서 현 사회구조상 하위주체(서벌턴)는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멘츄는 학계와 연관된 사람인 부르고스를 소통의 통로로 사용하고, 마야문명의 정복자였던 스페인사람들의 언어, 즉 침략의 도구였던 스페인어를 역이용하여 정복자의 후예인 크리올의 원주민 탄압을 폭로하는 목소리를 내는데 성공한다는 점이다. 즉, 하위주체도 말할 수 있는 경우를 만든 것이다.

  둘째, 부르고스가 하위주체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하위주체가 세상과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나, 부르고스는 증언문 서문에서 자신을 부모와 같은 보호자의 입장으로 묘사하고, 멘츄를 나약하고 어린 보호받아야 하는 인간으로 묘사하였기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멘츄 또한 이에 대항하는 전략을 펼친다. 멘츄는 인터뷰에서 말하기를, 그녀는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나 다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마야인들의 전통과 관습 및 자신의 개인사에 대한 정보를 비밀화하여 부르고스의 가부장적인 태도로부터 자신을 보호한 점은 하위주체의 전략으로서 인상적이다.

  세번째 주목할 점은 스톨의 주장이다. 멘츄의 명성이 높아 갈수록 이에 반대하는 입장도 대두되었는데, 미국 인류학자인 데이빗 스톨(David Stoll)은 1999년 Rigoberta Menchú and the Story of the All Poor Guatemalans(리고베르타 멘츄와 모든 가난한 과테말라인들의 이야기)라는 그의 책에서 미국학계가 라틴아메리카 게릴라를 너무 낭만적으로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현지조사를 통해 스톨은 멘츄 증언문의 몇몇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밝힘으로써 (예를 들어, 멘츄가 다닌 초등학교 이름과 몇몇 년도 등) 그녀의 증언문은 허위이고 그녀는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한다. 스톨의 멘츄에 대한 논쟁은 1999년 당시 뉴욕 타임즈지(The New York Times) 커버스토리로 다뤄질 만큼 뜨거운 이슈였으나, 멘츄가 겪은 만행과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현존하는 수많은 인디오들의 수탈당함과 인권침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회인류학적으로 그리고 문학적으로도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멘츄의 증언문은 미국대학의 서어서문학과 커리큘럼에 빠지지 않는 필독서이자 라틴아메리카 문학정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녀의 증언문은 『리고베르타 멘츄』 (서울: 장백, 윤연모 역, 1993)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어 소개되었다. 하지만 이는 1992년 멘츄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국내에서도 급히 그녀의 증언문을 소개해야 했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일본어로 옮긴 일본어판을 다시 한글로 옮긴 번역본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스페인어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새로운 한국어 번역본이 출판되고 더 나아가 멘츄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이어지기를 이 자리를 비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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