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최명호 작성일 : 2014-04-09 14:57:02 조회수 : 1,276
국가 : 베네수엘라 언어 : 한국어
구분 : 정치

     1999년부터 현재까지 차베스의 그림자는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림자 마지막 마침표에 ‘베네수엘라 사태, 34명이 사망, 부상자는 450여 명이며, 2천여 명 체포, 현재 120여 명이 수감, 매년 56%의 살인적 인플레이션 그리고 치안불안’ 이라 쓰여 있다.
 
 
     약 14년 혹은 15년 이상의 차베스 정권이 남긴 성적표는 초라하다. 그가 볼리비안 혁명이라 명명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식 개혁은 현재 상황에서는 ‘실패’라고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앞으로, 미래에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실패’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생필품의 부족과 엄청난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민생이라 부르는 것, 현실경제정책에서 차베스식 정책이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파벌주의식으로 보면 마누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 다시 말해 차베스의 정책을 계승한 소위 21세기형 사회주의라는 칭송(?)을 받던 세력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현재 베네수엘라 사태가 그저 미국이나 기타 차베스의 국내외의 정적들의 꾸민 음모일 뿐이겠지만 이것이 현재 시위대에 참여한 이들의 증언처럼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사실 현재 베네수엘라 사태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차베스가 집권할 당시에도 몇 번의 시위가 있었고 2003년 반 차베스 시위에서는 수십만 명의 시위대가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점령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촛불시위와 흡사한 양상이었을 것이다. 이후로도 수차례의 시위가 있었고 특히 친 차베스적이라 할 수 있는 콜렉티보스Colectivos가 반정부 시위대와 대립하는 사건이 적지 않았다. 10여 년 동안의 불만이 현재 폭발한 것이므로 현재 베네수엘라 사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친 차베스 세력과 마두로 정권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친 차베스 세력이 재집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라틴아메리카 국가사(史)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나 매년 약 16%에서 30% 정도의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는 것, 특히 현재도 약 30% 정도의 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6%의 경제성장률과 17%정도의 실업률은 인플레이션으로 지수로만 표현할 수 없는 총체적 난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반정부시위는 정치적 이슈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이슈에 의한 것이며 그러므로 경제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있지 않는 한 현재 시위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언제라도 되살아날 수 있는 불씨라고 할 수 있다.
 
 

 
 
 
* 우리나라와 베네수엘라 주변국들과 비교한 인플레이션 지수, 1999-2011년가지만 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들 10%미만이나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30% 가까이며
현재 더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베네수엘라의 실제성장율은 5% 미만이며 2009년과 201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했으므로 일반 민중이 겪는 고통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경제가 이런 상황이라면 그 어떤 국가에서도 민란과 같은 봉기가 일어났을 것이다.
 


1999-2011까지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그래프, 12.3-31.2%까지 편차를 보이나 이 자체로도 상당한 수준이고 현재도 30%정도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반해 GDP는 -9.2%에서 16.8%정도이고 2011년 이후로도 마이너스 성장했다. 인플레이션에 마이너스 성장이 겹쳐지면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경기는

몇 배 더 악회된 수준이다. 민중봉기가 일어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비교하기 위해 같은 기간 콜롬비아, 뻬루, 멕시코 그리고 우리나라의 인플레션 그래프이다. 모두 5% 미만이며 경제 성장율을 앞지르는 경우는 없으나

우리나라를 포함여 이들 국가들의 경제가 호황기라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경제 문제는 자국의 경제 구조적 문제이며 베네수엘라 민중들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더 어렵고 힘든 삶을 현재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료출처 :http://www.indexmundi.com/)

     정치적인 측면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는데,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는 두 정치세력이 비슷한 지지를 받으며 대립하고 있는데 정부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 있고 그러므로 ‘민주적’이라는 형용사가 의미하는 것도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적’이란 형용사가 그저 선거와 다수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가 타협을 의미한다고 하면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는 적어도 반민주적 세력이라 할 수 있다. 국내의 갈등을 타국이 중재하는 것은 내정 간섭적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정치세력이 대화하고 설득하고 그리고 타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화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바로 독재가 아니겠는가? 사회적 갈등이 불거졌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바로 정권의 성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대화하고 타협하면 그것이 지지자들의 눈에 변절이나 무능으로 보일 수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아마도 참여정부의 모습과 비교해볼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차베스 집권기와 마두로 정권이 독재적 성격이 있었으나 사실 이 부분도 논쟁적인 것은 독재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치안이란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치안이야말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불안이 만연한 곳에서 경제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부분이 차베스를 중심으로 했던 정치세력의 치명적 실수이자 결함이었다. 공권력이 아닌 무장 세력이 존재하고 이들이 정권을 비호하는 세력이 되면 이들은 독립시기에 존재했던 지방 호족, 까우디요의 사별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정권이 바뀔 경우 이 무장 세력은 정권의 위험요소이므로 반드시 제거돼야 하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또 다른 사회 불안요소로서 현재는 그저 가능성이긴 하지만 이들이 만일 게릴라 활동을 하게 된다면 베네수엘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선거나 다수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상황은 베네수엘라 사태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또한 베네수엘라만이 아니라 2014년 엘살바도르, 꼬스따리까 등에서 치러진 대선은 오차 범위 한계 안에서 당선자가 결정되었다. 이것은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좌우 혹은 보수 진보 혹은 여당 야당의 정치적 지지가 백중세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정치인의 정치력은 빛을 발하게 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자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이것은 대통령의 의무이기도 하다.

     만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완고하게 자신의 노선을 지키려 하면 일국의 대통령이란 지위가 자신의 정치이념을 실현하는 것이 제 1의 목표가 아니라 공공의 안녕과 복지가 제 1의 목표이므로 실패한 정권, 실패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허나 마두로 정권만의 실패가 아니라 차베스 정권의 실패로 이어질 것이며 볼리비안 혁명이라는 베네수엘라 개혁 프로그램 자체도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또한 차베스가 만들었던 라틴아메리카 좌파 동맹 또한 해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위기야말로 최고의 기회이다. 만일 힘으로 민중의 움직임을 제압하려 한다면 스스로가 독재정권임을 최소한 그리 민주적이지 않은 정권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동시에 만일 대화와 타협으로 현재의 위기를 스스로의 정치력으로 해결한다면 국민의 반 또한 적이 아닌 설득과 대화와 타협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민주적 정권임을 보여주고 전 세계에 차베스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이 독재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빌려 온 차베스의 꿈이 이렇게 마무리된다면 그 자체로도 비극이며 라틴아메리카 좌파들은 상당한 패배주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또한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그의 책 "노예의 길"에서 자신의 이론을 확립하기 위해 비판하는 대상, 다시말해 안티태제는 구 소련으로 대표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와

나치로 대표되는 파시즘적 전체주의 세력, 더 정확히는 국가가 독점적 권력을 행사하는 계획경제였다. 베네수엘라의 개혁 프로그램인 볼리비안 혁명 프로젝트가

구 소련의 체제와 파시즘적 전체주의 체제와 동일시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가가 독점적 권력을 행사하는 계획 경제에 가까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실패는 하이에크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또 하나의 나쁜 예로 남게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차베스와 차베스를 중심으로 한 베네수엘라의

정치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로 대표되던 하나의 실낱같은 희망도 그저 환상이나 허황된 꿈으로 매도될 위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한번 베네수엘라 사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고 정부는 현재의 경제적 위기에 100% 책임을 지며 야권과 연정을 포함한 과감한 개력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기를, 그런 정치력을 보여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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